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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누가 브리짓 바르도를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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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08-08-18 22:11 조회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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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브리짓의 말이나 '전통' 여부가 아니라 '생명권 존중'입니다



전경옥 (pigamojara)









개고기하면 생각나는 외국인이 있다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브리짓 바르도.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98년 김홍신 의원이 개고기합법화 법안을 발의했을 때였다. 당시 김 의원은 공개서한을 보내 브리짓을 비판했고 언론은 그녀의 행동이 '민족전통에 대한 간섭'이라고 보도했다.



두 번째로 주목받은 것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였다. 냉정하고 논리적인 언론인의 태도와 달리, 그녀의 흥분한 어투와 준비되지 못한 자세는 방송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명백히 그녀의 패배를 인정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브리짓은 한국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혔고 그와 동시에 '개고기=전통음식'이라는 주장은 힘을 얻었다.



'개고기=전통음식'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 것은 푸아그라 논쟁. 올해 3월 캐나다 물개사냥에 반대하는 브리짓의 활동을 보도한 한 방송은 그녀의 행동을 다른 나라의 산업에 간섭하는 것으로 평가하며 "푸아그라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졌다.



푸아그라 논쟁을 통해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전통으로 이끌어낸 대표적인 기사 하나를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2005년 10월 21일자 기사에서 푸아그라의 잔인한 사육방식을 비판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브리짓 바르도를 인용하며 '자기네 푸아그라만 문화이고 유산인가'라고 묻는다. 결론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인정하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푸아그라 뿐 아니라 말고기까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브리짓은 올해 캐나다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나는 물개사냥, 투우, 모피산업, 푸아그라, 말고기 그리고 모든 비정한 전통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녀는 EU에 늑대보호를 요구하고(2005년 6월) 캐나다 정부에 바다표범 사냥 중지를 요구했으며(2005년 12월) 캐나다 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동물쇼를 개최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맹비난하기도 했다(2005년 12월). 이처럼 브리짓은 한국 뿐 아니라 동물을 학대하는 국가나 전통, 산업을 예외 없이 비판의 도마에 올린 듯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브리짓 논쟁 이후 한국 언론에서 개고기를 먹는 외국인들을 보도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개고기를 먹어보니 맛있더라는 프랑스의 학생들(<한국일보> 2002년 4월 12일자),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스포츠서울> 2006년 1월 28일자) 및 덴마크 여왕의 남편(<세계일보> 2006년 5월 4일자) 이야기가 보도됐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는 항상 통과의례처럼 개고기 시식을 권유한다. 프로야구의 외국인 선수(<스포츠조선> 2006년 7월 2일자)뿐 아니라 히딩크에게까지(<프레시안> 2006년 6월 9일자). '외국인도 인정하는 개고기'라는 일반화가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개고기 반대론=사대주의=보수주의'?



개고기가 외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부터다. 국내에서 지지받지 못했던 전두환 정권은 외국의 비판을 의식해 보신탕을 혐오식품으로 규정, 대로변에서 몰아냈다. <한겨레21>(2005년 8월, 572호) 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이 6월 항쟁으로 무너지면서 '개고기 찬성=반미 민족주의=진보주의, 개고기 반대=사대주의=군사정권'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당 상임고문이던 2001년 12월 20일 김홍신 의원 등과 함께 "개고기 식용은 고유 음식문화로 다른 나라가 간섭할 영역이 아니"며 "서양인의 시각으로 이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 민족 고유역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비난이자 모독"이라는 각계 인사 166명 선언에 동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과연 '개고기반대=사대주의=보수주의'라는 구도는 진실일까? 개고기 반대 운동을 벌이는 동물단체 활동가 51명을 상대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27명, 한나라당 15명, 민주노동당 7명,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1명'이었다. 특정 정당 지지 이유도 물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주요 이유는 유명한 정치가(박근혜, 오세훈 등)에 대한 선호도와 '현 여당에 대한 불만으로 야당을 지지한다'였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부패하지 않은 정당',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책적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지만 사회적 약자인 여성, 아동, 노인, 학대받는 동물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있다면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회원은 "이른바 진보적 인사들이 마치 보수적 정권에 대항하듯이 당당하게 개고기를 먹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진보운동이라면 가장 취약한 존재인 동물의 존엄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



미국의 동물단체 IDA의 활동가 크리스티 펠프스(Kriestie Phelps)는 지난 7월 서면인터뷰에서 "동물권리운동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정치적 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우리 단체는 배경, 정치적 견해, 활동 지역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답변했다. 정치적 진보-보수의 논쟁 구도에 개고기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동물보호단체 KARA의 운영자 전진경씨는 "약한 생명을 보호하자는 시민들이 '나는 매국노가 아니다'라고 먼저 밝혀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이외에 또 있을까"라며 "브리짓 바르도 논쟁은 한국 동물운동사에서 벌어진 불행한 해프닝"이라며 논쟁 구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전씨는 "개고기 문제와 관련, 만약 제인 구달처럼 존경받는 사람을 인터뷰했다면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인 구달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 개이며 어릴 때부터 개를 통해 동물에 대한 사랑을 배웠다'고 세련된 언어로 이야기하는 반면, 브리짓은 '개고기 안 먹는 한국인들 사랑해요, 개고기 먹는 한국인들 x드세요'라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는 게 전씨의 판단.



전씨는 "육체파 여배우였던 브리짓의 전력은 유교적 한국사회에서 이미 멸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며 "만만하고 어수룩한 상대를 골라 그동안 쏟아진 외국의 비난을 한 번에 응징하려는 의도가 브리짓 논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 지난달 26일 개 식용 반대 퍼포먼스 현장에서.  



ⓒ 전경옥



문화상대주의를 넘어 생명권의 확장으로



브리짓 비판의 논리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문화상대주의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 다양하고 상이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문화상대주의는 왜 그러한 가치가 지속되고 옹호되어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개고기 문제와 다른 예를 하나 살펴보자. 의식이 깨어 있는 동물을 도살해야 한다는 '할랄(Halal)'이라는 이슬람 의식이 있다. 잔혹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1974년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는 '인도적인 도축'(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킨 후 도축)에 대한 법이 마련됐다. 브리짓 바르도가 1962년부터 벌인, 망치 등을 이용한 동물 도살을 금지하는 운동도 법 제정에 기여했다.



문화상대주의의 눈으로 보면 '할랄'을 반대하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다. 그들의 전통이며 외부에서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문화상대주의는 '할랄'이 지속적으로 옹호돼야 한다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아울러 법 제정 후에도 할랄은 이슬람 공동체에서 여전히 벌어졌고 브리짓은 지속적으로 이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투박하고 거친 언어를 구사하는 브리짓이 세련되지 않은 반응을 일삼으며 아랍인들의 감정을 건드렸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녀는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에 해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할랄'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문화상대주의는 현재 상황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자기 모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지적처럼, 무엇보다 문화상대주의에는 동물의 존엄, 자연과의 조화, 생태주의적 가치가 빠져 있다. 한마디로 문화상대주의는 개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관점이 아니다.



동물단체 회원들은 이제까지 단체의 역량이 부족해 외국에 한국의 상황을 알리는 방향으로 활동해왔음을 인정한다. '민족적 반감'을 불러온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동물사랑실천협회 의 김영미씨는 "한국에는 '동물보호가'라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개 식용 반대=애견인'이라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동물운동 역사는 고작 10년이다. 역사가 100년이 넘은 서양의 동물운동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동물단체들은 개고기 논쟁이 이제 '보수-진보, 민족주의-사대주의' 구도를 벗어나 생명권 수호와 동물권리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리짓 바르도 논쟁이 촉발될 때마다 난감하다는 한 프랑스 특파원의 고백은 시사적이다. 한물간 여배우 브리짓에게 관심을 두는 프랑스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프랑스 현지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때는 그녀의 보신탕 비하 발언이 한국에 알려져 한국인들이 벌떼처럼 일어날 때뿐이라는 것(<동아일보> 2006년 4월 26일자).



브리짓이라는 인물로 왜곡된 개고기 논쟁은 이제 그만 두자. 진정으로 이어져야 할 전통이든, 청산되어야 할 악습이든 한낱 외국인의 반응 따위가 두려울 이유가 무엇인가?







▲ 7월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개 식용 반대' 버스광고.  



ⓒ KARA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에도 보냈습니다.



2006-08-09 13:27 ⓒ 2007 OhmyNews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5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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